Park Hyun Ok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작가 노트

자연을 통해서 내 마음 속의 소리를 표현한다. 꽃을 보면 아름답다. 그러나 이들이 시들고 지면 우리는 외면한다. 나는 사물들이 시드는 게 너무 아쉬워 이들이 가졌던 순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어 그린다… 여름 산을 보면 얼마 후 시들 수 밖에 없는 잎들의 절망을 느낀다. 그럴 때면 나는 더욱 더 화사한 꽃을 그린다. 꽃이 진다는 건 결코 허무가 아니다. 다음 생을 위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번 그릴 때면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염두에 둔다.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나 내게 자리한다.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 화면에 활짝 핀 꽃들을 그린다. 언젠가는 순간 속의 영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품 평론

<미술평론가 김복영(숙명여대 조형예술학과 교수)>

작가의 근작들은 소멸을 다루면서도 복락원이나 도원경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안개 자욱한 내음을 잊지 않는다. 사물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뉘앙스를 그린다. 봄의 기운을 그리기 위해서다. 사물들이 긴 겨울의 잠에서 막 깨어난 부활의 얼굴을 그린다. 사물의 윤곽보다는 색채의 토낼리티를 강조한다. 봄의 여운을 살리기 위해 캔버스에 물감과 석채를 혼성해서 거치른 마티에르를 부각시킨다. 꽃의 점경을 한없이 연장시켜 화사한 꽃 언덕이 되게 하고 푸른 빛 절개를 담은 대나무 숲을 그렸다. 그녀가 그린 꽃은 섬세한 생김과 하나로 모아진 송이들이 군락을 이룬다. 모네의 그림에서처럼, 아지랑이와 대기의 빛깔들이 자욱하게 드리운다. 정물 속 꽃들은 달콤하고 순도 높은 색의 얼굴이 또렷한 눈망울 같다. 꽃의 생김과 송이들의 윤곽이 봄의 생기를 방사한다. 정물화인데도 꽃과 잎새가 작은 숲을 이루고 나뭇가지를 뻗는다. 채도 대비가 강렬하고 명도 대비가 뚜렷하여 어둠 속에 잠겨있던 겨울 잠에서 깨어나 화사한 부활의 자태를 과시한다.